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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루트 챕터 1-6 본문

홈스턱 번역

미트루트 챕터 1-6

은재밥 2025. 1. 18. 20:30

 

> 올려다보자.

 

 하늘이 정말 파랗다. 하지만 지구 C의 하늘과는 다른 파란색이다; 어쩐지, 뭔가 선명하다고 할까, 누군가 하늘 사진을 찍고 대비를 살짝 낮춘 것 같은 느낌이다. 구름과 지평선이 섞여버릴 정도로. 그러니까, 낙원 같은 행성의 하늘은 아니다. 그냥 평범한 하늘. 너는 완벽을 가장한 것보다, 이 평범함이 그리웠다는 걸 갑자기 깨닫게 된다.

 집에서 살았던 만큼이나 집을 떠나 있었다. 하늘뿐만이 아니다. 다른 모든 것도 기억 속 그대로이면서도 동시에 완전히 다르다: 축축한 풀 냄새, 공기의 질감, 고요함까지. 보이는 건 흰색 집들과 단풍나무들뿐이다. 타이어 그네가 달려 있는 네 예전 방 창문 밖 나무에서는 딱따구리가 끊임없이 나무를 쪼고 있다.

 딱히 갈 곳이 떠오르지 않아서, 너와 너의 작은 군대는 운석비가 내리기 일주일 전의 네 예전 집 뒷마당에 동그랗게 모여 있다. 너, 로즈, 데이브, 제이드, 그리고 십 대 시절의 보호자 네 명까지, 모두 갓티어 옷을 입은 상태다. 트롤은 없다. 영웅적인 희생이 아니고는 죽을 수 없는 사람들뿐이다. 적어도 로즈가 이 멤버들로 파티를 구성하라고 한 이유는 그거라고 생각한다.

 바람이 산꼭대기에서 온 찬 공기를 몰고 와, 단층 주택들이 가지런히 줄지어선 거리 사이로 매섭게 불어온다. 그 바람마저도 다르게 느껴진다. 이제는 네 몸을 관통해 뼛속까지 스며들며, 도마뱀 이웃들의 집이나 네 어린 시절 집 앞 열린 우편함에 그랬듯이 네 뼛속 빈 공간을 스쳐 지나간다.

 열린 창문에서 케이크 굽는 냄새가 퍼져 나와 흑설탕이 타는 역한 냄새가 마당에 가득 찬다. 그 냄새가 예전에는 싫었는데, 지금은-

 

 > 얌마, 쩔어주는 십 대 버전 친구들 앞에서 울지 마.

 

 너는 울음을 억누르며 크고 우악스럽게 코를 훌쩍인다. 그러거나 말거나 제이크는 네 오래된 초록 슬라임 포고를 타고 뛰어다니며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 모르는 걸까? 당연히 모를 테지. 바보자식.

 데이브가 침묵을 깨며 너를 제외한 모두가 궁금했던 화제를 꺼낸다.

 

DAVE: 그래서 우리가 망가진 타임라인에 남겨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임

JOHN: 어, 그게.

JOHN: 사실 잘 모르겠어. 그 타임라인에 네 번 가봤는데 항상 엉망진창으로 끝났거든.

DAVE:

ROSE: 나도 이게 계속 신경 쓰였어. 카나야는 괜찮을까?

ROSE: 그리고 카나야라고 하면... 다들 괜찮을까?

DAVE: 그래 카르캣은

DAVE: 테레지도

DAVE: 그리고 시장은??

JADE: 헉 세상에!!!!!

DAVE:

JADE: 있잖아, 데이브. 정말 말하기 싫지만...

JADE: 존이 우리를 여기로 데려온 게 사실 시장을 구한 걸지도 몰라!

DAVE:

DAVE: 그게 대체 뭔 말인데

JADE: 그냥 갑자기 기억났어......

JADE: 존이 우릴 여기로 순간이동시키고, 내 세뇌를 풀어주기 전에

JADE: ....내가 시장을 죽이려고 했던 것 같아 :(

DAVE: 이런미친 제이드 안돼

DAVE: 제이드 진지하게 그거 진짜 별로야

JADE: 나도 알아!

JADE: 난 시장을 용암 속에 발로 차 넣으려 했었어!

DAVE: 너무 많이 지랄나서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DAVE: 에셔의 계단 같은 만화 악당짓이라고

DAVE: 뭐라 할 말이 없다

DAVE: 그건 정말

DAVE: 정말...

JADE: 흑화강아지스럽다고? :B 멍 멍

DAVE: 주여 아냐 제이드 이건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악당이나 할 짓거리라고

DAVE: 방금 그 말 같지도 않은거 뱉고 나한테 멍멍거렸다는게 진짜 믿기지가 않네

DAVE: 난 그냥

DAVE: 난 그냥 너랑 눈도 못 마주치겠음 지금

JOHN: 어, 저기, 얘들아, 우리...

 

 모두가 바로 너를 쳐다본다. 마치 네가 권위자인 것처럼. 사실 네가 좀 그런 것 같긴 하다. 갑작스럽고 불편한 깨달음이 널 덮친다. 너는 이 마당에서 유일한 성인이다. 이 순간까지는 자신이 어른이라고 느낀 적이 없었다. 열여덟 살이 되었지만 단지 이제 멋진 콧수염 정도는 기를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생겼다는 점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기르고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하루에 한 번 면도하는 에그버트 가문의 성스러운 전통을 지키겠다는 의무감 때문에 그러지 않았다. 그 정도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JOHN: 다들 잠깐 진정하자. 이 상황이 많이 혼란스러울 거라는 건 알아.

JOHN: 너희가 두고 온 타임라인에 대해서라면... 그래, 나도 이해해. 이상한 일이지.

JOHN: 나도 이미 중요한 타임라인 하나를 떠나왔어. 음, 내가 온 타임라인까지 포함하면 두 개겠네. 거기선 우리가 전부 어른이었어.

JOHN: 사실, 내가 레트콘 능력으로 뭔가를 바꾸기 위해서 그냥... 거기서 사라져 버리면, 그 타임라인과 그 안의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나도 전혀 몰라!

JOHN: 아마 완전히 사라져 버릴지도 몰라. 정말 몰라.

JOHN: 하지만, 이걸 생각하면 안 돼.

JOHN: 힘든 일이지만 우리가 여기서 영웅처럼 행동하고 옳은 일을 하려고 한다면, 이 모든 걸 뒤로해야 해.

JOHN: 우리가 치르는 희생인 거지.

JOHN: 내 말은, 물론, 강력한 괴물과 싸우면서 목숨을 거는 것도 있지만.

JOHN: 내가 말하는 희생은... 우리가 속해 있다고 생각했던 삶과 그 속의 모든 사람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거야.

JOHN: 아마도 영원히.

JOHN: 진짜 구리지, 내가 이런 걸 너희에게 부탁하게 되어서 유감스러워.

JOHN: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JOHN: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과, 앞으로 존재할 모든 사람들이, 우리에게 기대고 있어... 아마도?

JOHN: 그래서...

JOHN: 그래.

 

 > 으쓱이자.

 

 네 미적지근한 격려 연설을 마무리할 방법으로 생각난 게 이것뿐이다. 다른 아이들의 혼란스러운 얼굴을 보니, 그들 모두 네 연설 실력에 대한 너의 평가에 동의하는 듯하다. 한 사람만 빼고. 그녀는 네 말을 듣고 기운이 난 듯 눈을 반짝이며 널 존경 섞인 눈빛으로 바라본다.

 

ROXY: 젠장

ROXY: 존 어

ROXY: 우리 이제 막 만난거 알지만

ROXY: 니 연설 개쩔어줫어 그리고 내가 여기에 있는 애들 전부를 대표해서 말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겟지만 일단 난 존나 감명받음

ROXY: 함 해보자고

 

 그녀가 너를 향해 *윙ㅋ*한다.

 

JOHN: 어.

 

 네가 처음 만났을 때의 그녀와 똑같은 나이인, 짝사랑했던 절대 합법적이지 않은 버전의 그녀가 네게 은근히 대시하는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도 네가 몇 시간 전에 그녀의 확실히 합법적인 버전이 에이로맨틱 외계 해골 괴물 여자친구와 열정적으로 손을 잡는 모습을 본 직후에. 네 몸에 땀이 흐르기 시작하고, 익숙한 덜 익은 고기 냄새가 다시 네 코를 찌른다.

 

JOHN: 오, 음. 고마워.

JOHN: 어쨌든, 전투 계획을 세워야겠어.

 

너는 옛날에 반쯤 연애했던 그녀에 대한 불편한 생각을 빨리 떨쳐내고, 즉흥적으로 전술 계획 세션을 시작한다. 각자의 능력, 강점, 약점을 점검하며, 어린 버전의 로드 잉글리시를 기습 공격으로 제압할 그럴싸한 방안을 겨우겨우 만들어낸다. 계획은 대부분 산만하고 구조적이지 않지만, 너와 기존의 세 친구가 돌격을 주도한다는 전제는 유지된다. 네가 가장 나이 많고 현명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휘황찬란한 능력 덕분에 단연코 그룹에서 가장 강력한 제이드 다음으로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외에는, 난장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다들 동의하는 것 같다. 엉뚱한 농담, 말싸움, 전술적 의견 불일치로 가득한 논의 속에서 누군가가... 거대, 게이 희망 거품? 같은 것을 언급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말했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또 끝내주게 화려한 핑크 주문? 같은 말도 들린다. 그래, 이 대화는 이미 산으로 가고 있다.

 회의가 더 이상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바로 그 순간, 제이크가 포고를 뒤로 너무 많이 기울였다가 위로 튕겨져 날아오르며 회의를 강제로 끝내 준다. 그는 흙에다가 얼굴을 박는다.

 

JAKE: 오 젠장!

 

 더크는 네 잔디밭에서 제이크를 치워주러 간다. 제이드도 따라가 돕는다. 제이크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모양이다. 그녀 입장에서는 처음 만나는 사이니까. 다른 아이들에게서도 여기저기 말소리가 들려온다. 너의 관점에서는 친구들과 젊은 보호자들 사이의 재회가 오래전 일이지만, 여기 있는 모두에게는 아주 새로운 일이다. 이들은 아직 상황을 정리할 시간도 없었는데, 너의 로드 잉글리시를 처치하겠다는 계획이 만남의 감동을 모조리 빼앗아가 버렸다. 불쌍한 녀석들, 그런 생각이 든다.

 너는 우주를 구하러 가기 전에 이 10대들에게 시간을 주기로 한다. 넌 집 반대편까지 천천히 걸어가다, 울타리를 마주 보고 있는 창문 근처에서 멈춘다. 거기서 너는 아빠의 서재를 곧장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리고 발이 얼어붙는다. 심장이 갈비뼈 안에서 맹렬히 뛰기 시작한다. 너의 아빠가 바로 거기 앉아 있다. 파이프를 피우며, 그의 프로페셔널해 보이고, 지루한, 회색 PDA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책상에는 주방 타이머가 놓여 있고, 그의 아빠다운 재즈 앨범의 소리가 창문 틈새로 새어 나온다. 창문은 아주 약간 열려 있을 뿐이다.

 햇빛이 유리창을 비추어 아빠의 얼굴을 볼 수 없다.

 

  > 아빠와 이야기할 마지막 기회일 지도 모른다...

 

 그 충동은 너무 강렬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발이 움직이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목까지 메어 온다. 그리고... 이건 정말 나쁜 아이디어일 것이다. 성인 버전의 아들이 갑자기 창문을 두드리며 나타나면, 아빠는 완전히 까무러칠 거다. 널 알아보지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

 

  > 이해해. 갈 시간이야, 존.

 

 너는 뒷마당으로 돌아온다. 너의 10대 친구들은 유전적 특징에 따라 모여 있다: 록시와 로즈는 풀밭에 앉아 있고, 제이드와 너의 외부생물학적 부모는 초록 슬라임 포고 옆에서 함께 웃고 있다. 스트라이더 형제는 서로 긴장해 살짝 거리를 띄우고 가장 먼 울타리에 기대어 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하지만 뭔가 마음에 걸리는데, 아마 이기적인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건 네 관점에서의 이기심이다. 너는 친구들과 부모들의 재회가 네가 기억하는 가장 특별하고 진정한 순간으로 남길 바란다. 이 장면이 그대로 반복되고, 감동적인 고백들이 또다시 들리는 건... 네겐, 싸구려 같다. 그게 다다. 이 모든 걸 이미 한 번 겪은 이상 저급한 재탕으로 기억을 훼손시키고 싶지 않다. 이건 네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빈껍데기 같은 존재들이 위조된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강요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너는 생각한다. 이 10대 버전의 친구들을 “진짜”라고 여기고 있을까? 네가 로즈의 명령에 따라, 그들을 단순한 꼭두각시로 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중요한 계획을 안정화하기 위해 친구 모양의 빈자리를 채우는 역할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이 아이들에게 네가 부여한 운명이 뭐든 간에 너는 정말로 신경 쓰고 있긴 한 걸까? 너 자신이 로드 잉글리쉬처럼 패러독스 우주의 숙명론적 악역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 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닐까, 존 에그버트?

 너는 그들이 유대감을 쌓는 모습을 더는 견딜 수 없다. 너 자신의 자책 섞인 반성을 계속할 수도 없다. 더 이상 1분도 기다리지 않고 이 모임을 깨기로 한다.

 

JOHN: 음, 어린이 여러분...

ROSE: 어른 존, 그렇게 부르지 말아 줄래.

 

 로즈가 풀밭에서 일어난다. 종이 접히듯 우아한 움직임으로 치마를 털어내며 고개를 기울인다. 그 모습은 그날 아침 너를 배웅했던 네 로즈와 똑같아 보인다. 그녀가 긴장감을 숨기기 위해 무척 애쓰고 있다는 게 분명하다.

 

ROSE: 이제 떠날 시간이니?

JOHN: 응.

JOHN: 아니, 그러니까...

JOHN: 엄밀히 말하면 그렇진 않아. 내가 어디로든, 언제로든 우리를 이동시킬 수 있거든. 우리가 원한다면 온 우주의 시간을 손바닥 위에 둘 수도 있어.

ROSE: 하지만 지금 떠나지 않으면, 결국 떠나지 못할까 봐 두려운 거지?

JOHN: 헿.

 

 세월이 흐르고 길이 엇갈려도, 여전히 넌 그녀에게 꿰뚫린다.

 

JOHN: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냥 어른이 될 뿐이지?

 

 로즈는 록시를 물끄럼히 바라본다. 마치 엄청난 양의 단어로 이루어진 대화를 말없이 주고받는 듯한 표정이다.

 

ROSE: 그런 것 같네.

 

 그녀가 미소 짓는다.

 

 > 쇼를 시작하자.

 

JOHN: 좋아, 모두들...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람을 한 번에 이동시켜 본 적은 없으니까 다들 그냥...

JOHN: 어, 손잡을까? 원을 만들어서, 그러면 될 것 같은데.

DAVE: 세상에 이거 진짜 구리다

JADE: 안 구려 완전 딱이야!!!

DAVE:

JOHN: 쉿!

JOHN: 자, 모두 준비됐어?

 

 열정적으로 "네"라고 대답한 건 제이드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서로를 바라본다. 손이 잡힌다. 어떤 손은 조심스럽게, 어떤 손은 단단히. 땀에 젖은 십 대들의 손바닥이 모두 맞닿았을 때, 너는 제이드의 어깨에 손을 얹고 가야 할 곳에 집중한다.

 네가 이동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들은 소리는 아빠의 서재에서 울리는 부엌 타이머 소리였다.

 

> = = >